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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개발자는 회귀 후 AI를 씹어먹는다
- 등록일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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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인류의 역적]
세계 최고의 AI 회사, BIG AI의 임원. 강화평은 모든 걸 다 이룬 것만 같았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미 상원 청문회장.
정치에 관심 없는 나에겐 평생 연이 없는 곳인 줄 알았다.
“귀하가 이 위원회에서 하게 될 증언이 진실이며, 그 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것임을 엄숙히 선서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이, 두.
두 단어만으로 목이 바싹 탄다.
미연방 상원의원.
상대는 세계 최강국의 정치 최강자들.
그 어떤 엘리트라 해도 이 자리에 서면 반드시 그들의 꾐에 넘어간다.
게다가 자신의 회사가 저지른 일을 안다면 더더욱.
발단은 서아시아 국가 한 독재자의 만행이었다.
그는 6개월 전 갑자기 인접 적국을 향해 핵을 날렸다.
전조조차 없어 상당한 혼란을 불러왔고,
세계 3차대전까지 갈 뻔한 이 사건은 미국과 유럽, 심지어 러시아까지 대동단결해 그 독재국가를 밀어버리면서 일단락났다.
그러나 이미 핵으로 인해 300만이 죽고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 50만이 죽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독재자에게 핵을 날리도록 종용한 자.
그 존재는 인간이 아닌 AI였다.
왜, 그런 영화나 소설이 있지 않나.
AI가 군사 시스템을 장악해 세계를 지배하는 내용.
사실 그런 건 AI 입장에선 너무 비효율적인 일이다.
AI는 단지 핵을 날릴 수 있는 독재자 단 한 명만 말로 꼬드기면 된다.
그걸 지금 화평이 개발에 참여한 BIG AI가 저지른 거다.
“2035년 8월 23일, 지금부터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의 윤리적 제어 실패에 대한 조사 청문회를 실시하겠습니다.”
“먼저 이번 사태로 희생되신 세계 시민분들께 우리는 그 어떤 기술적 변명을 할 수 없음을 통감하며 사과 말씀드립니다….”
형식적인 개회 인사 후, BIG AI의 대표 사무엘 슈미트는 먼저 사과의 말을 올렸다.
“BIG AI는 정부의 어떤 조사에도 성실히 응할 것을 맹세하며 모든 자료는 투명하게 공개할 것입니다. 저희가 협조한 수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뒤 사전 서면으로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 낭독했다.
의원이 요구한 질문은 굉장히 세세했다.
AI의 주간 이용자 수부터 기업 성장률, 유료 구독자 추이까지.
사실 AI 어시스턴트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국가 행정기구의 자문 도구로도 쓰이는 BIG AI인 만큼 이런 질문은 무의미했다.
쓸데없는 질문을 통해 사전에 혼을 빼놓으려는 의원들의 술수다.
나는 청문회가 계속되는 동안 가끔 슈미트의 옆얼굴을 흘겨보았다.
식은땀으로 세수 중인 얼굴에 금방이라도 울 듯 눈에는 눈물마저 고여있었다.
죄책감일까.
하긴 사내에서 가장 인정사정없다고 불리던 나조차도 압박감에 온몸이 떨리는데, 여리고 사교성 없는 슈미트가 이 악몽을 쉬이 감당할 리가 없다.
크흠.
서면 질문이 모두 끝나자, 보수당 상원의원이 크게 헛기침했다.
그것은 형식적인 절차가 끝나고 본격적인 청문회가 시작된다는 신호.
즉, 질의응답 시간이다.
“강화평씨.”
보수당 의원은 질의응답이 시작되자마자 대표가 아닌 바로 나를 지목했다.
그는 확실히 BIG AI의 실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강화평.
본래 경제학을 전공하다 AI 시장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고 AI 업계에 뛰어든 인물.
그럼에도 뛰어난 개발 능력을 인정받아 순수하게 실력으로 대기업의 최연소 임원을 꿰찬 인물.
현재는 유약한 대표 뒤에서 기업을 진두지휘하며 인사와 개발을 총괄하지만,
정작 인간보다 기계를 신뢰해 회사에서 두문불출하는 BIG AI의 흑막.
그런 그가 정말 몇 년 만에 세상에 얼굴을 비추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장의 희생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방아쇠를 당긴 군인이라 생각합니까, 아니면 지휘관이라 생각합니까?”
군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답은 언어도단이고,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답의 흐름은 곧 나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비유.
쉽게 말해 함정 질문이다.
